(국제신문)김용호 기자의 환경 이야기 <3> 메이플시럽·고로쇠 채취량 준 이유

김용호 기자의 환경 이야기 <3> 메이플시럽·고로쇠 채취량 준 이유


캐나다의 특산품 중에서 '메이플시럽'이 유명합니다. 특유의 달콤한 향 때문에 인기가 높습니다. 설탕단풍나무 수액을 뽑아 만듭니다. 요리에 넣기도 하지만 주로 와플이나 팬케이크를 찍어 먹습니다. 캐나다의 길고 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단풍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한 뒤 수차례 끓이기를 반복해가며 걸쭉한 시럽으로 만듭니다. 캐나다는 세계 메이플시럽 생산량의 85%를 차지하는데 이맘때면 캐나다 시골 곳곳에서 메이플시럽 축제가 열립니다.

요즘 지구 온난화로 캐나다의 메이플시럽 생산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얼마전 '캐네디언 지오그래픽' 잡지는 이 소식을 실었습니다. 캐나다는 2009년 기준으로 3억5400만 달러(약 4000억 원) 어치의 메이플시럽을 생산했습니다. 2010년과 2008년에는 2억1200만 달러 수준에 그쳤습니다.

온타리오주 오릴리아에서 100년간 메이플시럽 만드는 것을 가업으로 이어온 한 농부는 "10여 년 전만 해도 보통 3월 말에 채취를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3월 초부터 생산한다. 그나마 예전에는 나무 한 구멍에서 1.4㎏을 뽑았으나 이제는 1㎏ 채취하기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눈이 내리는 패턴이 변한 데다 봄에 겨울 기온이 나타날 때가 많고, 어느 때는 여름처럼 더워지기도해서 생산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메이플시럽은 밤에 -5도 이하로 내려가고, 낮에는 5도 이상 올라야 수액채취량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메이플시럽은 수액 채취 방법이나 조건이 우리나라의 고로쇠와 비슷합니다. 다만 메이플시럽은 수액을 끊이는 과정을 거쳐 한 번 더 가공한다는 게 차이입니다.

올해 지리산 주변에서는 작년처럼 고로쇠 채취가 원활하지 못하다고 합니다. 수액이 말라 일부지역은 축제까지 취소했다는 소식입니다.

경상대 문현식(환경산림과학부) 교수는 "현재까지 온난화와 고로쇠 수액 채취량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데이터는 없다"면서도 "다만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란 추정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문 교수는 "고로쇠는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의 기온이 특히 중요한데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져야 수액 채취량이 늘어난다. 지구온난화가 더 진행되면 고로쇠 수액 채취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점은 확실하다"고 밝혔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고로쇠 수액채취기간은 1~3월 사이로 아침 최저기온이 -4도, 낮 최고기온이 12도일 때이며, 일교차가 15도이상 날 때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조건에 맞는 날은 남부지역이 20여 일, 중부지역이 30여 일입니다.

지난해말 공개된 기상청 기후변화정보센터의 최신 시나리오에 고로쇠 채취 조건을 대입해 보았습니다. 현재와 같은 상태로 기후변화가 진행될 때(RCP 8.5 모델), 2030년대 경남 하동군의 2월 최저기온 평균은 -1.7도였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상당히 진행될 때(RCP 4.5모델), 2040년대 산청군의 겨울 최저기온 평균은 -3.5도였습니다.

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게을리된다면 20년 후에는 고로쇠 약수를 맛보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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