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김용호 기자의 환경 이야기 <5> 고리 원전 1호기 반드시 폐쇄돼야

- 전력 1% 위해 원전 주변 500만 주민 목숨 담보 안돼

지난달 28일 대학교수와 종교인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기를 앞두고 부산시청에서 '탈핵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고리 원전 1호기를 어서 폐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 강창순 위원장은 서울에서 브리핑을 열고 "고리1호기를 폐쇄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고 딱 잘랐습니다

 

두 기자회견 사이, 지난 15일자 한 중앙일간지는 사설에서 '(1호기는)목소리 큰 환경단체들이 공격한다고 해서 떠밀리듯 폐쇄 결정을 내릴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폐쇄하느냐, 계속 가동하느냐의 문제는 전문가의 구체적인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친절한 조언까지 내놓았습니다.

지난달 9일 오후 8시34분, 부산시청으로부터 동쪽으로 정확히 25㎞ 떨어진 고리원전 1호기에 전원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반경 30㎞ 안에 사는 주민들에게 즉각 대피령이 내려졌던 것을 감안하면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은 모든 사실을 감추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에너지를 담당하는 지식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내 직을 걸고 근본적인 (원전)안전대책을 내놓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행하게도 이 말을 믿는 부산시민은 거의 없습니다. 관료집단이 대재앙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하며, 뻔뻔한 거짓말을 일삼는지 일본 후쿠시마 사태에서 지켜봤고 이번 고리 1호기 정전사태 대처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똑똑히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가동을 시작한지 35년 된 고리 1호기. 이번에 반드시 폐쇄해야 합니다. 서울 언론이 말하는 소위 전문가들의 실력이란 게 얼마나 형편없는지는 이미 다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일본 원전사고 초기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안전하다"고 열변을 토하던 그들의 지식 수준은 결국 핵 재앙이 현실화되면서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실제 서울 모 대학의 핵공학과 교과목을 살펴보니 '원자로안전공학'이나 '핵공학의 미래'에 대한 과정은 있어도 핵의 위험성에 대한 교과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얼마전 국제원자력기구는 세계 핵발전소 중 80%가 20년 이상돼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 설계수명을 5년이나 넘긴 고리 1호기는 안전과 경제성을 따져도 폐쇄되는 게 당연합니다.

핵 마피아들은 고리 1호기를 폐쇄하고 싶은 마음이 없을 겁니다. 앞으로 월성 등 줄줄이 설계수명을 다할 원자로가 나올 텐데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핵 마피아들에게는 고리 1호기 폐쇄가 한낱 밥그릇 문제일지 몰라도 부산 울산 경남 주민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됩니다. 5년 더 가동하려다 5만 년 갈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한전이 판매하는 전력의 1%를 생산하기 위해 고리 1호기 주변 500만 명의 목숨을 담보로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201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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