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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없는 자동차 시대…왜 ‘재앙’이라고 할까?

등록 :2016-03-04 15:49수정 :2016-03-0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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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가 사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시대가 다가온다.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자를 보조하는 정도가 아니라 운전자를 대신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구글 제공
운전자가 사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시대가 다가온다.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자를 보조하는 정도가 아니라 운전자를 대신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구글 제공
[한겨레21]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 시대
안전과 여유 주지만 일자리 없애는 재앙
프로그래밍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1980년대 미국 드라마 시리즈 <전격 Z작전>에서처럼 머지않아 손목의 스마트워치에 대고 “키트, 가자 집으로!”를 외치면 내 앞에 나타나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탈 수 있게 될 것인가.

지난 2월4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구글의 요청에 회신하면서 법규상 운전자의 개념을 확대해, 사람이 아닌 자율주행차의 소프트웨어도 운전자로 볼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미 도로교통안전국은 “구글이 설명하는 자동차 설계 맥락에서 볼 때 우리는 ‘운전자’가 ‘자율주행 시스템’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1968년 제정된 도로교통국제협약(빈협약)은 “모든 차량에는 운전자가 있어야 하며 운전자는 필요한 조작을 위해 모든 상황에서 차량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빈협약에 따라 자동차 왕국 독일에서도 무인자동차의 도로주행은 허용되지 않는다. 구글은 미국 네바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미시간 등 4개 주에서 자율주행차 운행 허가를 얻어 테스트 중이지만, ‘무인주행차’가 아닌 직원 두 명이 탑승한 상태로 ‘자율주행차’를 시범 운행해왔다.

구글이 앞서고 벤츠가 추격하고

메르세데스벤츠가 2015년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선보인 자율주행차 ‘F015 럭셔리 인 모션’. REUTERS 연합뉴스
메르세데스벤츠가 2015년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선보인 자율주행차 ‘F015 럭셔리 인 모션’. REUTERS 연합뉴스

그런데 이번 결정으로 ‘무인주행 차량’을 금지하던 법적 걸림돌이 사라지게 되어 자율주행 차량 기술개발 경쟁은 더 탄력받게 됐다. 인터넷기업 구글은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무인자동차 경주’에서 우승한 스탠퍼드대학의 세바스천 스런 교수팀, 카네기멜론대학의 크리스 엄슨 교수팀을 모두 스카우트하며 단숨에 세계 최고의 자율주행차 경쟁력을 갖췄다.

구글의 장기적 목표는 ‘자율주행차’가 아닌 ‘무인주행차’로 보인다. 구글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운전자 범위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확대해달라고 요청한 것에서도 알 수 있지만, 2014년 자체 제작해 공개한 자율주행 프로토타입 전기자동차에서 구글의 목표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2인승 경차 타입의 이 차량에는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는 물론 운전대(스티어링 휠)가 아예 없다. 전원 버튼만 있다.

구글은 ‘첫 드라이브’(First Drive)라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운전대 없는 자율주행 차량의 쓸모를 예시했다. 사람의 조작이 필요 없는 차량은 장애인·노인 등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홍보 영상에는 시각장애인이 자율주행 차량으로 이동한 뒤 차량을 어루만지는 장면과 고령의 노인 부부가 차량을 이용한 뒤 감탄하는 모습이 나온다.

운전대 없는 자율주행 차량은 향후 무인주행차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프로토타입이다. 무인주행차는 현재 불법이지만, 자율주행차의 미래다. 무인주행차는 무인택배와 무인택시를 가능하게 한다. 현재 우버는 지능적 시스템을 통해 차량을 배차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고객이 부르면 근처의 무인택시가 와서 나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수 있다.

자율주행차 경쟁을 주도하는 것은 구글이지만,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도 앞다퉈 뛰어들어 경쟁적으로 성과를 내놓고 있다. 벤츠, 아우디, 닛산, GM, BMW, 볼보, 도요타 등은 이미 시제품과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전통적 자동차 업체만이 아니라,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자율주행차를 전기차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시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구글은 나아가 전기차의 무선충전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구글이 테스트에 들어간 자기공진 방식의 무선충전은 자율주행 전기차가 맨홀 뚜껑 모양 충전기 위에 서 있으면 된다. 구글은 앞으로 차량이 움직일 때도 충전 가능한 기술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올해 초 그동안 자율주행 차량의 시범 주행 거리가 300만km에 이른다고 밝혔다. 애플도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자율주행차 연구·개발을 계속해와 곧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람의 운전이 불법화된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12월 자율주행 장치를 장착한 제네시스(EQ900) 새 모델을 선보였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12월 자율주행 장치를 장착한 제네시스(EQ900) 새 모델을 선보였다. 연합뉴스

자동차 생산량 기준 세계 5위인 한국으로선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자율주행 기술을 갖추지 못한 차 업체의 미래는 없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인 국가 기간산업이고 연관 효과가 엄청나게 큰 것을 감안하면, 자율주행차 경쟁에서 밀려난다면 국가의 경제구조 자체가 심대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이나 긴급제동시스템(AEB), 고속자율주행(HAD), 혼잡구간주행지원(TJA), 비상시 갓길 자율정차(ESS) 등의 기술은 자율주행 차량에도 장착되지만 이미 고급차라면 몇 개쯤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안전과 편의 사양이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서울 영동도로에서 자율주행 장치를 장착한 제네시스(EQ900) 차량으로 도로주행을 했다. 실제 도로에서 주행 차선 유지, 서행 차량 추월, 기존 차선 복귀 등의 기술을 선보였다. 정부도 2월부터 외국처럼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를 주행할 수 있도록 임시운행허가제도를 시행했다. 시험운행 구역은 경부고속도로 1개 구간과 수도권 5개 구간 총 319km다. 현대차가 이미 신청한 상태다.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달리게 되면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하다. 마차가 다니던 도로에 티포드차가 등장해 달리는 상황이 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바꿀 미래의 모습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파도다. 우선 교통사고가 크게 줄어든다. 자율주행차는 사람처럼 졸음운전이나 음주운전이 없다. 스마트폰이나 바깥 경치에 한눈을 팔지도 않는다. 교통사고의 90%는 사람의 조작 실수로 인한 사고이고 10%가 도로나 기계장치 결함이 원인이다. 테슬라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앞으로 사람이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는 것은 불법화될 것이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세계보건기구 최근 통계에 따르면 매년 교통사고로 124만 명이 죽는다. 세계대전 당시의 희생자에 버금가는 규모다. 해마다 중국에서 27만 명, 인도에서 23만 명, 미국에선 3만여 명이 숨진다. 2014년 한국에선 5869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자율주행차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기술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보험금 등 경제적 피해도 대폭 감소한다. 컨설팅회사인 매킨지는 미국에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매년 1900억달러(약 209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전은 자율주행차를 질주하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원이다.

파장은 엄청나다. 자동차 수리, 교통위반 단속과 즉결심판 비용이 크게 줄고, 안전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 도로 효율성도 높아진다. 교통체증과 속도제한도 사라진다.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휴식이나 생산적 활동의 시간이 된다. 미국의 경우 하루 50분의 자유시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됐다. <인간은 필요 없다>의 저자 제리 카플란 스탠퍼드대학 교수에 따르면, 현재 미국 가정은 1년에 평균 1만8천달러를 차량에 지출하는데 자율주행차로 이 비용이 25%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2014년 는 미국 전체로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19%인, 3조달러의 경제적 혜택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노동력의 10% 없앨 수도

자율주행차는 소유 형태도 개인별 구매에서 ‘필요시 이용’하는 공유 형태로 바뀔 수 있다. 더 이상 집집마다 발전기나 우물, 보일러실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진 것처럼 자가용 승용차가 ‘개인 이동 수단’이라는 사회적 유틸리티로 바뀔 수 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자가용이 공유차량으로 바뀌면 전체 자동차의 80%가 줄어도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질주하는 자율주행차가 우리 곁에 도착할 시간도 멀지 않다. 자동차 업체들은 2020년이면 자율주행차의 양산화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성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이사는 “2025년엔 모든 도로에서 자동운전이 실현될 것이며, 2030년이면 전세계적으로 완전 자율주행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 발레(Valet) 파킹’은 미국에서 자율주행차의 대중화를 앞당길 기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월마트의 드넓은 주차장에서 차 위치를 확인한 뒤 쇼핑 카트를 끌고 다닐 필요 없이 차 스스로 알아서 빈자리에 주차하는 기능이다. 빈자리를 찾아 컴컴한 지하 주차장을 빙빙 돌 필요 없이 건물 입구에 내리면서 “주차해, 키트” 말하면 그만이다.

자율주행차 대중화의 문턱은 기술과 가격이 아니다. 현재 각 업체가 테스트하는 차량은 대당 10억원 수준이지만, 대중화 단계에서는 가격이 급속하게 떨어질 것이다. 사람이 운전하는 ‘위험한 차’에는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해서, 인간 운전자를 도로에서 몰아내는 방법도 있다. 구글이 300만km를 사실상 무사고로 주행한 것처럼 기술은 완성 단계에 근접해 있다.

자율주행차의 진짜 문제는 사용자와 사회적 수용성이다. 자율주행차와 무인자동차는 운전시간을 여가로 바꿀 마법이지만, 동시에 수많은 사람의 일자리를 없애는 재앙이다. 미국에서 노동력의 약 10%는 차량 운전과 관련된 직업이다. 우버가 택시기사를 몰아내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구글이 선보인 운전대 없는 자율주행차는 운전직 자체를 없앨 기술이다.

사람이 운전하는 차와 자율주행차가 동시에 같은 도로를 달리는 상황은 복잡한 ‘믹스트 존’(Mixed Zone) 상황이다. 도로교통 체계와 법률이 두 시스템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운행해도 사고는 불가피하다. ‘운전자’ 자격을 획득한 자율주행차는 어디까지 책임을 지는 게 타당할까?

관성의 법칙을 따르는 자동차는 제동 거리가 필요하고, 결국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도 만난다. 사람은 교통사고를 일으켜도 무지와 무작위, 그리고 우연의 그늘에 숨을 수 있었다. 기계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자율주행차는 0.001초에도 모든 것을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다만 어떤 판단을 내릴지 미리 프로그래밍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무단횡단자 3명을 충돌할 것인가, 핸들을 꺾어 보행자를 충돌할 것인가’와 같은 상황에서 기계는 누구를 충돌할 것인가. 기계는 프로그램된 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딜레마적 상황에서 우연과 무작위로 면책될 수 없다.

알아야 압도당하지 않는다

3월9일부터 이세돌 9단은 ‘호모사피엔스의 대표’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 역사적 대결을 펼친다. 우리 곁으로는 자율주행차가 달려오고 있다. 프로 바둑기사가 컴퓨터의 도전을 외면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도 자율주행차 시대를 살아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다. 거대한 힘은 편리하지만 그 구조와 영향력을 모르면 압도당해 통제력을 발휘할 수 없다. 자율주행차도 우리에게 두 얼굴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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