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너써클'끼리의 원자력 사업에 미래는 없다 박종운 /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오피니언특별기고
[특별기고] '이너써클'끼리의 원자력 사업에 미래는 없다박종운 /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신고하기
승인 2017.01.02  09:39:58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네이버구글msn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 이래,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은 세계 최고의 속도로 급성장하였다. 이러한 급팽창이 가능했던 것은 묵묵히 일하는 많은 기술자들의 땀과 노력도 있으나, 실은 다른 발전원과의 치열한 경쟁없이 국가 정책으로 보호받아 왔기 때문이다. 정보 차단과 소통의 결여 속에서도 용이하게 사업 확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지난해 12월9일 16시 대통령의 탄핵은 시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정보기술 발전은 원자력발전 초창기와 비교할 수도 없이 시민의 정보력과 판단능력을 수십 배로 키워주었다. 본 기고자는 연구를 위한 미주, 유럽 등의 수많은 원전 기술 자료와 정보를 구글을 통해 수집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국내에서는 공개되지 않는 매우 귀중한 자료들이다. 정보기술 발전으로 요즘은 심지어 여론조사나 SNS가 국가의 많은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집단지성이 서로 딴 소리하는 두 명의 전문가보다 옳은 정책 판단을 할 수 있는 시대이다. 조만간 국가의 주요 결정들이 국민 전자투표로 이루어지는 시대를 맞이할지 모른다.

▲ 원전, 투명성이 최우선

원자력발전은 대형 사고의 영향이 너무나 큼을 경험해 왔기 때문에 이제 어떠한 결정도 투명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원자력사업은 공공사업임에도 민간이 주도하는 미국보다 더 폐쇄적이다. 원자력 정책, 건설, 운영, 기술개발 등 수많은 사업들을 아직도 폐쇄된 이너써클들이 기획하고 있다. 최근까지 이슈가 되고 있는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신고리 5,6호기 다수 호기 건설, 사용후연료 정책, 지진 대비 보강계획 등 일련의 조치들이 계속해서 비판에 부닥치는 것은 바로 이너써클의 불투명성에 기인한다. 원전 사업자가 아직도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수십 년 전의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고 의심된다.

세계 원자력 강국이라 하면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일본, 캐나다, 독일(비록 원전 포기  국이나)을 든다. 이들 나라들은 이유야 어떻든 핵연료의 농축부터 재처리에 이르는 핵주기가 완비된 상태에서 원자력발전을 성장시킴으로써 해외 의존도가 거의 없는 원천기술 국가들이다. 반면 우리는 원천기술 부재로 노우와이가 없는 복제 기술에 의존, 독자적인 원자로 특허도 없는 실정이다. 국내 주력 원전들은 두 개의 대용량 증기발생기만 가져 노화가 빠른 미국 컴버스쳔사 원자로에 기반하여, 자연력으로 작동하는 피동형 원전과 같은 획기적 설계는 못한 채로 용량만 계속 키우고 있다. 오히려 증기발생기 튜브 노화 파손을 무마하기 위해 튜브손상시 안전성분석마저 변조한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는 이러한 원천기술이나 핵주기 인프라도 없이 가히 세계 최고의 고밀도로 원전을 짓는 심각한 우를 범해 왔다. 남한과 동일 면적의 프랑스 동남부 지역 4개 부지에는 원전이 11기가 있으나 남한에는 34기가 계획되어 있다. 쌓여만 가는 사용후연료를 처리할 시설이나 정책 없이 원전만 확대하고 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화장실 없이 궁전 안에서 용변을 보았다는 베르사이유궁을 연상시킨다. 그럼에도 50여년 뒤 늦게 핵비확산성이 미담보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과 천문학적 비용뿐만 아니라 수십년 전 이미 소디움 화재로 고사된 비현실적인 고속로에 사업화를 전제로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하는 상황이다. 과연 이러한 고속로의 시험로 건설을 받아들일 지역이 있겠는가? 파이로프로세싱은 러시아와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만 진행되는 걸 보면 이것이 핵재무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핵연료 집중이 가지는 고위험을 무시한 채 집중저장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영구처분장을 위한 수킬로 미터의 대규모 암반이나 고립된 지역도 없고, 그에 반해 지진의 크기와 빈도는 자꾸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경주의 단층지역을 활성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격납건물은 제쳐두고 별 의미 없는 배관 보강에 국비가 낭비되고 있다. 일반 산업기술에 불과한 원전 해체기술이 1000조원의 블루오션 수출산업이라며 개발을 추진하다 무산된 원전해체연구원의 해프닝도 있었다. 남의 나라에 자국 원전 해체를 맡기는 나라는 없다.

▲ 이너써클, 부정적인 사례들

또한 국내 원자력산업계는 UAE 원전 수출에 도취하여 원자력만이 최선의 에너지 해결책이고 우리 원전 기술을 세계최고 수준으로 과장하고도, 핀랜드 안전 기준을 맞추기 위해 막대한 개발비를 들이고도 수출은 무산되었다. 우리 원전 안전기준이 낮음을 고백한 셈이 된다. 그 와중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다수호기 대형사고 및 수소폭발을 맞닥뜨리고 당황해 온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국내 중대형 지진은 원전 사업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다수 호기 원전인 후쿠시마 사고의 사후 처리 비용은 200조를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수 호기 사고가 안전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가히 천문학적인 것이다. 이제 원전은 외부 지원 시설이 필수요건이 되고 있으며, 전쟁에 버금가는 대대적 대피 준비마저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20여기의 원전에는 이러한 심각한 사고 시에 용융된 핵연료를 냉각하는 현실적인 대책이 없다. 이미 오랜 20년 전에 프랑스, 미국, 러시아 등 원천기술국에서 독자적으로 해결한 문제를 아직도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사고 방지를 위한 근본적 설계개선에는 기술부족으로 손대지 못하고 땜질용 장치인 수소재결합기, 격납건물여과배기, 용융물수집조로 중대한 사고의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 안전성을 올리는데 에어백만 닥지닥지 붙이는 것과 같이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말단 설비의 국산화를 표방하며 원전 안전 문제를 특정기업의 이익 실현용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400만 인구 밀집 지역인 대도시 부산에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초고밀도로 10개 호기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또한 건설허가 이전에 공사를 착수하고도 이는 인프라 조성이라는 말로 비켜가고 있다. 2000년대에 이미 미국 씨브룩 원전 등에서 다수호기 위험도는 개별 호기 위험도의 합에 비례한다는 결과가 있음에도 ‘규정도 기술도 없다, 공정이 지연된다’는 변명으로 위험도평가를 회피해 왔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이제 와서 평가방법을 개발한다고 수백억원을 들이려고 하고 있다. 원전을 다 짓고 안전성평가하면 무슨 소용인가? 또한, 미국 연방법을 준용하는 불명확한 규정을 이용해 사업자는 국내 인구 밀집 상황에 맞지 않는 비보수적인 해외기준을 무분별하게 가져다 쓰고 있다. 한 술 더 떠, 국내 원자력 사업자는 추가 부지 확보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초대형 원자로 개발에 국비를 낭비하고 있다.

수명연장 논란도 보자. 수명연장 안전 심사 후 원자로를 교체하는 캐나다 원전과는 반대로, 국내 사업자는 월성 1호기에서 막대한 돈을 들여 교체 공사를 완료한 후 수명연장 인가를 받는 기형적인 인허가를 취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축적된 경험과 신규 설계 기준을 상세히 검토하여 안전도를 최신 원전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원천기술국의 수명연장 규정을 반영한 국내 원자력법 시행령을 무시하고, 최신 안전기준은 거의 적용하지 않고 월성 1호기 수명을 연장한 바 있다. 심지어 원천기술국이 폐기한 기준을 최신기준으로 홍보하며 안전 향상과 무관한 자질구레한 안전해석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원전 사업자는 경주 지진 전후로 더욱 쟁점화된 활성단층 문제에 대해서도 해답을 내지 못하면서 원전 건설은 하루도 연기하지 않는 고자세로 일관하고 있음도 본다. 자동차 정면충돌시험에 비교할 수 있는 원전의 극한상황을 전제로 하는 스트레스테스트에서는 안전여유도 내에 포함되는 지진 크기만을 다루고 있으며, 수십만년에서 천만년 전까지 살펴보는 선진국 기준은 국내 실정에 맞지 않다고 일축하고 있다. 자동차로 빗대면 정면충돌시험이 아니라 후면충돌로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이다.

▲ 장기적 에너지 로드맵 필요

전술한 사례들은 원자력 인너써클의 심각한 비합리성과 불투명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어처구니 없게도 국내 원전 사업자는 충분한 정보 제공은 마다하고 원전의 안전을 걱정하는 건전한 전문가나 시민단체를 선동적이니 비과학적이니 하며 대응논리 개발 연구용역을 추진하다 결국 국정감사에서 지탄 받은 바도 있다. 원전의 핵심인 안전성분석보고서, 환경영향평가서, 스트레스테스트 지침뿐만 아니라 한 페이지짜리 인허가 질의응답 서신도 빠짐없이 공개하고 토의하며, 그린피스에까지 수명연장안전평가보고서에 대한 공식적인 검토의견을 받는 선진국과 달리 기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정보를 차단하고 에둘러 작성된 서류 공개만으로 충분하다고 보는 자세는 세월호 7시간과 같은 의혹만을 키울 뿐이다.

2016년 말 전기위원회가 두 차례에 걸쳐 신한울 신규 원전 건설을 보류한 것은 전력계통 안정성뿐만 아니라 다수 호기 건설에 부담을 느낀 결과임은 자명하다. 이제 집단지성에 의해 원전의 확장은 서서히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재생에너지가 오래 전 예측보다 10배 이상 증가하는 추세이다. 독일은 많은 어려움에도 원전을 포기하였다. 영국과 프랑스는 원전 총용량을 제한하고 있다. 농축 및 재처리 등 핵시설이 이미 밀집된 영국 셀라필드에서조차 사용후연료 영구처분시설 유치가 거절되었고, 캐나다에서는 MWMO 사용후연료 처분 문제에 대해 총인원 2만명이 참여하여 500회의 논의가 이루어졌음에도 미결 상태이다.

좁은 국토에 쓰레기통 없는 고밀도 원전 건설은 이제 보류하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성장이 멈추는 상황을 감안하여 과도한 전력공급 계획을 수정해서 원전의 총용량을 합리적 수준에서 동결하고 기존 원전의 안전한 운영 관리 및 그 기술개발에 신경 쓰면서 서서히 재생에너지에 자리를 내어주는 장기적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똑똑한 시민들을 무시하고 이너써클끼리 주도하는 원자력 발전의 미래는 없다.
 

제목 날짜
기후변화는 어떻게 레스토랑의 음식 가격을 올리는가? (2016-04-21 •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16.04.25
역대 최악 엘니뇨…영향도 빈부격차 뚜렷(2016. 04. 19. 한국일보 김정원 기자) 2016.04.25
기후변화로 음식이 사라질 수도 있다? [인포그래픽] 2016.04.25
30세 사우디 왕자의 폭탄 선언 '석유 전쟁' 부르나(2016.4.18 조선DB) 2016.04.27
사우디 “석유중독 탈출”… 15년 경제개혁 승부수(2016.4.27 동아) 2016.04.27
세제·화장품 만들어 쓰는 노케미족 등장 2016.06.27
[특별기고] '이너써클'끼리의 원자력 사업에 미래는 없다 박종운 / 동국대학교 경주캠... 2017.01.08
[In&Out] 미세먼지·온실가스 그리고 석탄화력발전소/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변호... 2017.02.19
[밥상 위의 GMO, 거부권이 없다]③ “GMO 제초제로 자폐증 아이 늘었다는 논문에 신념 바... 2017.02.19
"인간 일자리 빼앗는 로봇에 세금을"‥빌 게이츠도 가세(이데일리 종합) 2017.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