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칼럼>주민의 대표기관이길 원하거든...

<을숙도칼럼>
주민의 대표기관이길 원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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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있어도 보지 못하는 사람(눈 뜬 장님)을 청맹과니라고 한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 사람들이 착각하기 쉽지만 실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사물을 구분하지 못해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것이 개인의 문제라면 본인만의 불행으로 끝나겠지만 집단의 문제가 되면 상황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문제의 본질을 전혀 들여다보지 못하는 청맹과니들이 세상엔 의외로 많다. 그러다 보니 갈등과 분열이 끊이지 않는 게 요즘 세상이다.

 

지난 22일 (사)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와 동아대풍력기술핵심인력양성센터, 사하인터넷뉴스가 공동 개최했던 ‘에너지 자립도시를 위한 풍력발전 심포지엄’에는 발제자와 토론자, 주최 측 관계자 등 20여 명 외에도 50여 명의 시민단체원과 주민들이 참석한 진지한 토론의 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칸막이를 이용, 객석의 절반 정도를 막아야 할 정도로 객석은 썰렁했다. 자생단체원들이 객석을 꽉 메우곤 하는 여느 행사와는 무척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동네 경로당 개소식만 해도 부리나케 달려와 얼굴을 내밀곤 하던 구의원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부산시와 (주)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승학산에 풍력발전단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게 알려진 건 2009년 무렵부터다. 얼핏 듣기엔 황당해 보이는 이 계획을 두고 일부 언론이 주민들의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날의 심포지엄은 공사에 대한 찬반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동안 물밑에서 잠겨있던 풍력발전단지의 실체를 수면 위에 올려놓고 그 실체를 들여다보는 자리였다. 주민의 대표라면 응당 참석해 승학산에 어떤 형태의 발전단지가 계획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챙겨듣고 지역에 미칠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 그런 다음 주민에게 정확한 실상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

 

주최 측 또한 그런 점을 감안해 사하구의회에 심포지엄 참여를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사람의 구의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건 의도적으로 참여를 기피했다는 의심을 받아 마땅하다. 이유야 어찌됐건 주민의 대표기관임을 자처하는 사하구의회의 이런 행동은 정당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제대로 된 구의회라면 현안과 관련한 상세한 정보를 모아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그들이 합당한 결론에 이르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역의 미래를 위하는 것이고, 그것이 구의회의 존재 이유다. 뒷전에 숨어 주민들의 여론을 조작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어가려는 작태는 진정한 구의회의 모습이 아니다.

 

주민들의 올바른 결정을 적극 지지하고 그런 결정들이 행정적으로 결실을 맺도록 노력하는 것만큼이나 주민들이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사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하는 것 또한 그들에게 부과된 책무다. 자신들이 의도한대로 지역을 이끌어가겠다는 건 구의회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고 주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그런 구의회를 바라는 주민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득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주민의 말이 생각난다. “지역주민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참석해서 어떻게 하면 좋은지 함께 논의했으면 좋지 않았겠나.” 이것이 상식 있는 주민들의 정상적인 생각이다. 이것이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세이다. 그런 기본과 상식조차 모른다면 주민만도 못한 주민대표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승학산 풍력단지가 지역에 도움이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승학산 풍력단지 개발계획’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난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그런 다음 구의회가 앞장 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당당하게 찬성, 반대를 주장하라. 무엇이 두려워서 숨는가. 보이지도 않으면서 모든 게 다 보이는 척 주민들을 우롱하는 청맹과니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가?

 

 

 

· 소설가. 작품 ‘마스킹’, ‘일곱 개의 별’ 등.

· 사하인터넷뉴스 논설위원

· 전 (주)동서디지털방송 수석기자. 작가.

· 전 (주)범진케이블방송 보도국장.

· 전 바른선거시민모임 부산시협의회 사무총장 및 공동대표.

 

논설위원 이태조(xowh975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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