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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지질시대 '인류세'에 접어든 지구의 고민- 조홍섭(물 바람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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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지질시대 '인류세'에 접어든 지구의 고민


조홍섭 2012. 02. 14
조회수 36087 추천수 0

홍적세 이어 인류가 지구 바꾼 18세기 중엽 이후, 지질학계 인정

햇빛의 40%, 담수의 50% 인류 독차지, 영양과잉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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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항공우주국(나사)이 최근에 촬영한 지구의 실제 모습 '블루 마블'. 사진=나사.

 

지질시대 하면 격변이 떠오른다. 운석이 충돌해 공룡이 멸망하고, 대륙이 충돌해 산맥이 생기며, 대륙이 열려 새 바다가 탄생하는 큰 변화만이 새로운 지질시대의 이름을 얻는다.
 

그런데 인류가 큰 일을 해냈다.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지질시대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 대기화학자인 파울 크뤼천은 2000년 ‘인류세’란 지질시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에 관한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그는 얼마전 서울대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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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크뤼천
 

빙하기가 끝나고 약 1만2000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따뜻한 시기를 가리키는 홍적세에 이어,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하나의 종이 생물권을 변화시키고 있는 이 시기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류세’를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 후반부터 시작할지 등에 관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지질학계는 이 견해를 대체로 받아들이고 있다.
 

도대체 인류가 지구를 얼마나 바꿔놓았기에 지질시대까지 달라지는가. 몇 가지 데이터를 보자. 지구 생산력의 원천인 햇빛을 이용한 광합성의 25~40%는 농작물을 생산하기 위한 것이다. 바다에서도 인류는 어획을 통해 그 기초 먹이인 식물 플랑크톤이 하는 광합성의 25~35%를 가져간다. 지구 표면의 30~50%와 담수의 절반은 오로지 인간을 위해 쓰인다.
 

그 결과 지구의 온도는 지난 40만년 이래 가장 높고 15분마다 생물 한 종이 멸종하는 제6의 대멸종이 진행중이다. 게다가 이 두 가지 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심상치 않은 조짐이 지구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로 영양과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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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 상류인 사창천의 부영양화 모습. 사진=김범철 강원대 교수.
 

얼마전 북한산 계곡에서 이상한 모습을 보았다. 시냇가 한쪽에 고인 물이 파랗게 썩어가고 있었다. 옆으로는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주변엔 음식점 같은 오염원이 전혀 없는데 왜 부영양화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최근 미국 연구진이 <사이언스>에 낸 논문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알래스카를 비롯해 북반구의 외딴 호수 대다수의 퇴적층에서 다량의 인간이 방출한 질소 성분을 검출했다는 것이다. 인위적 질소는 1895년부터 나타나 1970년대 급증했다. 주거지나 농지, 산업단지로부터 수천㎞나 떨어진 호수에 질소 성분이 쌓인 것은 비료나 화석연료의 질소가 공기를 통해 전달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산 계곡을 썩게 만든 원흉은 자동차 배기가스의 질소산화물이 마른 상태로 또는 빗물에 쓸려 들어온 영양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지난 100년 넘게 지구 구석구석에 원하든 원치 않든 비료를 뿌려댄 것이다.

 

질소는 단백질의 주요 성분이고 식물의 필수 영양소이다. 질소는 대기의 78%를 차지할 만큼 지구에 흔한 물질이지만 생물이 쓸 질소는 드물다. 질소 원자 두 개가 단단히 3중 결합을 해 생물이 이를 떼어내 이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질소를 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방법은 번개가 치거나 뿌리혹박테리아가 고정하는 길밖에 없다. 그런데 20세기 초 질소와 수소를 고온고압 상태에서 반응시켜 질소 화합물인 암모니아를 제조하는 하버-보쉬법이 나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자연계의 귀중품인 질소영양염이 질소비료란 이름으로 대거 쏟아져 나오게 된 것이다.
 

현재 인류는 자연계에서 만들어내는 양을 웃도는 질소 성분을 지구에 내놓고 있다. 질소가 과잉인 바다는 플랑크톤이 번창해 썩어 산소가 고갈된 죽음의 바다가 된다. 한·중·일 근해는 세계에서도 질소농도가 높아 멕시코 만의 30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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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질소 수지. 사료와 곡물 수입이 주요한 질소 유입원이다. 자료=박재우 한양대 교수. 
 

박재우 한양대 교수팀의 집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추가되는 질소의 양은 129만여t인데 비해 나가거나 사라지는 질소는 63만여t으로 절반에 그친다. 막대한 양의 질소가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화학비료 사용량은 31만t으로 식물이 고정하는 질소 9만t보다 3배 이상 많다. 질소비료로 키운 사료와 곡물을 막대한 양 수입하는 것이 질소과잉의 주요 원인이다. 바다에 내버려온 축산 분뇨를 앞으론 고스란히 땅에서 처리해야 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영양과잉은 비만한 사람처럼 지구의 건강을 해친다. 이미 서유럽에선 영양과잉인 농촌보다 도시의 생물다양성이 높다. 콩과식물은 차츰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것이다.

 

인류는 자원·에너지의 고갈과 영양분·이산화탄소 과잉이란 전례없는 지구 차원의 위기를 스스로 초래한 첫 생물이기도 하다. 지질시대에 제 이름을 붙인다고 이상할 것도 없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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