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신태용 감독과의 이별'… 피해선 안 된다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대한축구협회는 진정 신태용 감독을 차기 감독 후보군으로 설정한 것일까. 비난을 피하기 위한 방패막이는 아닐까. 이제 뒤로 숨지 말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협회가 차기 성인(A)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듯 했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유럽 출장길에 올라 감독 후보군과 두루 만난 후 지난 18일 귀국했다. 협회는 “조만간(비공개) 선임위원회를 열어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우선 협상 대상자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동시에 신태용 감독에 대한 세세한 공과 평가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원활한 협상을 위해 비공개로 진행할 것"이라고 축구팬의 눈과 귀를 막아놓고선, 진행 과정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묵묵부답이다. 그러면서도 내부 관계자발 정보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다. 내부 단속도 못하면서 외부를 단속하겠단다.

한국 축구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4년 뒤에 열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보다 더 높고 멀리 내다보며 뿌리를 심어야 한다. 파장 큰 변화를 원하는 만큼 차기 감독 선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한 차기 감독의 임기는 최소 4년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많은 감독이 물망에 올랐다. 루이스 스콜라리(브라질), 바히드 할릴호지치(유고슬라비아) 전 감독의 한국행 소식이 들려왔으나 협회는 “접촉과 관련한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영입 리스트에는 올라 있다고 한다. 접촉은 하지 않았으나 리스트에는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밖에 루이스 판 할(네덜란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이탈리아),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협회는 현재 외국인 감독 선임에 모든 초점을 집중하고 있다. 개혁 여론을 충족하면서 능력을 검증한 지도자를 선임하겠다는 뜻이다. 김판곤 위원장이 유럽으로 출장을 다녀온 의미도 후보군을 직접 만나 비전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를 바꿔 말해보자. 외국인 감독 영입에 모든 초점을 맞춘 상태에서 신태용 감독은 왜 후보군에 두는 것일까. 차선책, 냉정하게 보험용이라는 뜻이다. 외국인 감독 선임 과정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신 감독의 레벨 이상의 감독을 선임하지 못하면 재신임을 고려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후보군에 있다’는 말로 포장한 것뿐이다.

신 감독이 진정 후보군에 있었다면, 외국인 감독을 둘러보기 전에 이미 월드컵 공과를 평가했어야 하고 비전도 확인했어야 한다. 이제서야 신 감독의 공과를 평가한다는 것은 결코 예비 후보군이라는 뜻과 같다. 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는 업무의 순서이다. 차기 감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은 과거의 결과물도 있지만,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어떤 비전을 품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그런데 협회는 외국인 감독을 다둘러 본 뒤 신태용 감독의 공과를 평가하는 것도 모자라, 이 마저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또한 신태용 감독이 다음 4년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비전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있다. 이를 두고 후보군에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신태용 감독이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을 꺾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대표팀의 앞으로 4년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독일을 꺾었다가 차기 감독 후보군의 기준이 아니라, 담은 4년에 대한 비전을 어떻게 세웠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후보 리스트에 오른 감독 선임 기준과 똑같이 적용하고, 똑같이 평가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 과감하게 후보군에서 제외해야 한다.

협회로 향하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감독을 방패막이로 삼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협회는 4년 전에도 그렇게 감독을 방패막이 삼아 위기를 넘겼고, 4년 후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과감하게 결정하라. 이제 뒤로 숨어서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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