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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사우디 왕자의 폭탄 선언 '석유 전쟁' 부르나



입력 : 2016.04.18 19:27

조선DB

30세의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세계 석유 시장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사우디 국왕의 아들이자 세계 최대 석유 회사인 아람코의 최고위원회 의장인 모하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자는 17일(현지 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주요 산유국 간 산유량 동결 합의를 최종 순간 파탄 냈다. 모하마드 왕자가 “이란이 동참하지 않으면 산유량 동결 합의는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자국을 포함한 산유국 모두에 이익이 될 산유량 동결 합의보다 '숙적(宿敵)' 이란에 대한 견제를 앞세운 결정이다. 올 1월 국제 제재에서 풀려난 이란은 이번 회의에 참석도 하지 않았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제재 이전 수준으로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 전까지 산유량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꺾지 않았다.


합의 실패로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한때 6~7% 폭락했다. 런던 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자 거래 시장에서 배럴당 3달러(7%) 폭락한 40.10달러에 거래되다가 소폭 반등했다. 투자은행 내틱시스는 "며칠 안에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로 폭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강경한 사우디 왕자 “6개월 내 20% 증산 가능”

애초 이번 도하 회의는 저유가 시대를 반전시킬 계기로 예상됐다. 사우디 등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은 물론, 러시아·멕시코 등 비회원국까지 동참하면서 15년 만에 산유량 제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이에 힘입어 국제 유가도 지난 2월 말 이후 60% 이상 급등했다.


동결 합의 예상은 모하마드 사우디 왕자가 깼다. 그는 이날 보도된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이란을 포함한 모든 주요 산유국이 동참하지 않으면 생산량을 동결하지 않겠다"며 "우리가 원하기만 하면 산유량을 6개월 내에 하루 1250만 배럴까지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지난달 산유량은 하루 평균 1020만 배럴이었다. 출혈 가격 인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미이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했다"며 "유가 상승은 사우디·이란 모두에 이익이지만, 상대적으로 이란이 더 큰 이득을 얻는다고 판단한 사우디가 막판에 합의를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이슬람의 양대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를 각각 대표하는 맹주 국가다.


모하마드 왕자는 작년 1월 아버지인 살만 국왕이 왕위에 오른 이후 사우디 실세로 떠올랐다. 그는 최고 요직인 경제개발위원회 위원장과 국방장관을 겸직하고 있다. 경제 개혁의 사령탑도 맡은 그는 "사우디 경제가 석유 의존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경제 대(大)변환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왕가의 금고'인 아람코도 이르면 내년 초 사우디 증시에 상장, 실탄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란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애초 도하 회의 참석이 예정됐던 비잔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은 "이란의 산유량을 제한하는 어떤 합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며 회의 직전 참석을 취소했다. 2012년 국제사회의 제재 이전에 하루 400만 배럴이던 이란의 산유량은 현재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제재 이전에 유지되던 '역사적으로 정당한 시장점유율'을 곧 회복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유가 하락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인 러시아는 동결 합의 실패에 실망하고 있다. 도하 회의의 산파역을 맡았던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석유장관은 사우디의 양보를 촉구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서 '올 1월 수준 산유량으로 동결한다'는 합의가 나올 경우 최대 수혜국이 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1월 러시아의 산유량이 하루 평균 1090만 배럴로 역대 최고 수준인 데다, 원유 생산 시설 낙후와 서방의 경제 제재로 더 이상 증산할 여력도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모든 석유 기업이 올해 산유량을 동결할 것"이라며 이번 회의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저유가로 신흥국 침체 깊어지면 한국 경제도 타격

  
국제 유가가 또다시 하락하면 한국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정유·석유화학, 조선, 건설업 등 '고유가 의존형' 산업이 경제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저유가가 지속될수록 이런 산업의 수출 단가 하락과 해외 수주 부진으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가 하락은 수출 단가 하락과 신흥국 경기 침체로 이어져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고, 손지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작년과 올 1분기 막대한 이익을 냈던 정유업계도 유가 하락에 따른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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