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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석유중독 탈출”… 15년 경제개혁 승부수

이세형기자

입력 2016-04-27 03:00:00 수정 2016-04-27 04:54:06

              
실세왕자 무함마드 ‘비전 2030’ 발표  
국영기업 ‘아람코’ 지분 5% 매각… 최대 3조달러 국부펀드 조성… 산업다각화-일자리 창출 등 추진  
전문가들 “실현 가능성 의문”… 왕족들의 ‘무함마드 견제’도 변수




“우리는 석유에 중독돼 있다. 너무 위험하다.”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며 아랍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의존도 줄이기와 산업다각화 방안을 뼈대로 하는 대대적인 경제 개혁에 착수했다. 저유가 장기화로 지금처럼 석유에만 의지한 채 막대한 재정 지출을 하는 경제 구조를 더는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전 2030’이라는 제목을 단 개혁안은 사우디가 그동안 발표했던 중·장기 경제 정책 비전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놓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지금 사우디에 체질 개선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실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2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비전 2030의 기획과 발표는 사우디 왕실의 ‘실세 왕자’로 꼽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자(30)가 주도했다. 무함마드 왕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80)의 아들로 왕위 계승 서열 2위다. 그는 경제 정책을 좌우하는 왕실의 경제·개발위원회 의장과 국방장관을 맡고 있다. 무함마드 왕자는 국영 방송인 알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지나친 석유 의존도 때문에) 그동안 발전이 지체돼 왔다”며 “하지만 사우디는 2020년까지 석유 없이도 자립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 2030에 따르면 사우디는 세계 최대 석유 기업이며 동시에 대표 국영 기업인 ‘아람코’ 지분의 5%(약 2조 달러·약 2302조 원)를 기업공개(IPO)로 처분한다. 여기서 사우디는 최대 3조 달러(약 3453조 원)의 국부 펀드를 조성해 교육과 보건 부문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석유 판매 외에 성장 동력이 없는 부실한 산업구조도 바꾼다. 그 대신 광업(채굴), 국방, 관광에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특히 광업을 집중 육성해 2020년까지 9만여 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산업 다각화와 일자리 확충을 통해 국내총생산에서 20%를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 비중을 2030년까지 35%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실업률은 11.6%에서 7%까지 낮춘다. 또 비(非)석유 관련 정부 수입 비중은 1630억 리얄(약 51조 원)에서 1조 리얄(약 307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간 교육과 과학기술 투자가 미미했던 데다 내세울 만한 민간 기업이 없고 창업 문화도 척박해 중소·중견기업 육성과 일자리 확충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아람코의 IPO와 국부펀드 운용에 필요한 투명성을 사우디 정부가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미국 라이스대 베이커공공정책연구소 짐 크레인 연구원은 FT 인터뷰에서 “무함마드 왕자의 발상은 좋지만 경직된 사우디 정부의 시스템을 고려할 때 계획대로 추진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왕족의 반발이나 견제에 부닥치면 개혁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전 성공 여부와 별개로 무함마드 왕자의 왕실 내에서의 위상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강한 추진력을 갖춘 무함마드 왕자가 그동안 안보 책임자의 이미지를 확실히 구축한 데 이어 경제 책임자로서의 위상도 만들기 시작했다”며 “무함마드 왕자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연초 이란과의 단교와 예멘 반군에 대한 강한 대응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주요 산유국 회의에선 ‘이란이 빠진 합의는 무의미하다’며 석유 생산량 동결 합의안 마련을 거부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사우디 왕실은 변화 의지가 없는 연로한 소수 리더들이 좌지우지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개혁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비전 2030을 무함마드 왕자가 주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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